디아블로2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다. 아시아 서버에서 했었는데 뭐 엄청나게 집중해서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아마존으로 대충 이렇게저렇게 돌아다니면서 사냥이나 하고 아이템 뭐 좋은게 떨어지나 돌아다니면 그게 모험이었다. 1막의 무서웠던 던전, 2막의 황량한 사막과 벌판, 3막의 우울하고 쓸쓸한 정글, 4막의 지옥은 정말 게임 분위기가 너무나 어울렸고, 그래서 당시에는 필드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너무나 재미있어서 그런 공간을 친구들과 함께 게임하면 정말 세상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다. 처음 접했을 때는 학생이기도 했고, 컴퓨터가 펜티업 100MHz였었는데 사양이 버거워서 많이 하진 못했지만 2001년 확장팩이 나오고 나서는 조금 많이 했었다. 메피스토를 잡아 아이템을 얻는 노가다가 유행이라고 해서 블리자드 캐논을 들고 구석에서 메피스토 있는 자리에 가이디드 애로우를 계속 쏘면 아이템이 우수수 떨어지고는 했다. 기억에 놀랄만한 득템이 몇 개 있었는데, 하나는 당시 신오브라고 불렸던 스월링 크리스탈 유니크, 다른 하나는 강타 옵션이 잘 붙은 크래프트 장갑이었던 것 같다.

orb

디아블로2 아이템 거래사이트가 있었는데 거기 이거 판다고 올렸더니 조던링 한 인벤토리를 넘게 주고도 사겠다는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굉장히 초창기에 드랍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강타 장갑은 아쉽게도 스크린샷이 남아있지는 않다.

옛날에 나우누리라는 PC통신 서비스가 있었다. 거기에는 나우누리 모뎀 플레이모임, 나모모라고 불리는 동호회가 있었는데 스타크래프트나 다른 멀티 가능한 게임들에 대한 포럼이었다. 특이하게도 디아블로2 서버를 따로 열어서 나모모랠름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입장 방법이 굉장히 까다로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덕분에 대략 200여명의 접속자 중 노매너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던 분위기였다.

그 중에서도 자체 밸런스를 변경해서 맞춰 놓았던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밸런스는 더 합리적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스킬 변경이나 그런거는 둘째치고 가장 좋았던 것이 유니크보다는 레어 아이템 위주로 세팅할수밖에 없는 환경이 바로 그것이었다. 당시 내 기억에 정식 서버는 크루얼 퀵검 상점노가다가 유행할 때였는데 접두사 Cruel같은 경우 레어에는 붙지 않았던 옵션이었으므로 레어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이 크루얼 퀵검을 이길 수가 없었다. 거기다 나중에는 룬워드가 나와서 전부 룬워드템만 들었으므로 나만의 옵션을 가진 레어는 디아블로에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나모모랠름에서는 레어가 많이 강화되어 같은 계열 옵션이 중복해서 붙는다거나 정식 서버에서는 붙지 않았던 옵션들도 붙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디아블로로 치면 졸업템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낮은 확률로 모든 조합이 맞춰진 레어 아이템이었다. 물론 엘리트 유니크가 있긴 했는데 아마 랠름 내 득한 사람이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지금 기억나는 나모모랠름의 여러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1. 레벨 제한 180
  2. 레어의 엄청난 강화, 그리고 레어를 큐브 조합으로 더 강화 가능
  3. 1.09 당시 쓰이지 않았던 유니크 아이템을 자체적으로 제작
  4. 어마어마한 난이도 증가
  5. 캐릭터의 스킬과 밸런스, 룬 아이템의 옵션 조정

레벨 제한이 180이어서 찍을 수 있는 최대 스킬 레벨은 최대 25레벨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럼에도 헬 난이도 월드스톤 성채에 가서 사냥을 하기가 너무 어려웠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레어 아이템이 매우 잘 나오는 편이었기 때문에 간신히 유니크 몬스터를 잡고 떨어지는 레어 아이템을 보며 두근두근댔던 추억이 있다. 전부 잘 원하는 것만 붙었을까?? 밸런스가 조정된 스킬도 정식 서버보다 더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전투도 재미있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나모모랠름 운영자가 superelf라는 사람이었는데, 한국 최초로 소서리스 99레벨을 찍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서버에서는 소서리스가 많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를 들면… 썬더스톰이 정식 서버에서는 간간히 떨어지는 번개였다면 여기서는 번개 샤워로 지지는 스타일. 그래서 소서리스는 180레벨 제한에 힘입어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며 필드와 보스전 모두 훌륭한 사기캐였던 것으로…

정식 서버에서도 룬이 떨어지는 확률이 너무 극악했으므로 사람이 더 적은 나모모랠름 내에서도 고급 룬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그런지 3막의 누군가 NPC가 Hel룬이었나 중급 룬까지는 판매했던 기억이 있다. 기억나는 건 Lem룬이 레벨당 골드 1% 증가였기 때문에, 6소켓 패이즈 블레이드 2개에 12개를 끼운 150레벨 바바리안이 카운실을 패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졌다. 150 * 6 * 2,1800% 골드 증가 수치였으니까. 이 돈으로 게임 내 룬이나 보석 같은것을 살 수 있었는데 이게 기본적으로 물가가 너무 비싸서 열심히 렘룬작 바바리안으로 시체 뒤집으면서 돈을 번 기억이 있다.

처음 시작했던 당시에는 사촌형님이 먼저 하다가 게임 접을때쯤 계정을 넘겨받아 조금 수월하게 시작했다, 당시 서버 내에서도 탑에 들 만큼 훌륭한 장비와 아이템을 맞춰두고 계정을 양도하셨기 때문에 때문에 초반 육성은 어렵지는 않아 곧 120레벨로 올라갔다. 그 다음부터는 5막 필드런에 참여하여 사람들과 함께 매일 새벽 3시까지 달렸던 기억이 있다. 매일 접속하다 보니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라 점점 친해지면서, 사냥도 하고 잡담도 나누고. 내가 당시 고3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어떤 친했던 사람은 아니 고3이 지금 게임해도 되냐? 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하기야, 어떤 고3이 새벽 3시까지 공부를 안하고 디아를 하겠어? 그래서 야자 끝나고 집에 들어온 10시 반부터 3시까지 매일 액5 필드를 쓸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즐거웠던 기억.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여러 캐릭터를 키우며 즐겁게 했었는데, 어느 날인가 게임 내에 친하게 지내던 분이 나모모랠름에서 아이템 복사를 시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위에도 적었지만 레어 아이템을 강화하는 서버 고유 기능이 있었는데 이 재료를 엄청나게 복사해서 대량의 강화템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영자는 서버를 초기화해버렸고, 덕분에 함께했던 추억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 뒤로는 예전만큼 신나게 하지는 않고 간간히 하는 수준이었는데 정식 서버가 아니었음에도 150명 정도는 함께 했던 서버가 사람이 점점 줄더니 나중에는 20명 정도만 하는 소규모 서버가 되었고 그렇게 나도 강제로 이 게임을 접게 되었다. 열혈 유저 한 명이 패치 데이터를 이어받아 동일한 밸런스의 개인 서버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렸을 때의 추억이 사라진 것이다.

아래는 나모모랠름에서 내가 얻었던 가장 좋은 콜로서스 블레이드. 레어 강화로 6소켓이 붙었다. 내 기억에는 다른 강화를 해야하는데 아쉽게 잘못된 강화를 해서 6소켓만 붙인 기억이…

colossus blade

내가 얻었던 유니크 아이템은 이런 것들이 있었다.

ogre_maul

원래는 윈드해머만 있었다가 본프레임이 나중에 나왔었는데, 그걸 모르고 있다가 으악 윈드해머다! 하고 놀라 주워서 까봤더니 본프레임이라 우울했었다.

great_poleaxe

스톤레이븐을 줍고서 너무 좋아했었는데, 이 때는 게임 시작하고 아마존만 키우고 있을 때라 그냥 팔았다. 거래 직전에도 이걸 팔어말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친했던 지인이 귓말로 파는게 이득이라고 추천해서 vex룬 두 개에 팔았는데, 나중에 사갔던 사람하고 이야기했을 때 요구치가 55% 근처라서 능력치 맞추기가 힘들다는 불평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음 잘 팔았구나. 어쨌든 서버에서 vex룬의 가치라는 것은 대략 조던링이었는데(vex룬 조합으로 조던링을 만든다), 조던링은 레어 강화의 재료로 사용되므로 그 가치가 비할 것이 없다. 물론 당시에는 강화할 만한 아이템이 없어서 소서리스를 다시 키우게 되었지만.

정말 줍고 싶었던 아이템. 첫 번째는 위도우메이커.

widowmaker

미친 옵션의 활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유니크는 둘째치고 직업 전용 유니크를 서버에서 줍은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서버 드랍률이 너무나도 희박했던 것 같다. 물론 레어를 더 권장하는 분위기기는 했지만.

constructing_ring

컨스링. 나무위키를 보니 1.08때 있었다가 바로 사라진 유니크라고 하는데, 정식 서버에서도 미친 옵션이지만 여기서도 진짜 미친 옵션이다.

지금 다시 한다면 열심히 해서 보우 링 두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레저렉션 나오고 나서 역시 디아2는 재밌긴 하지만, 나모모랠름 같이, 룬워드보다는 레어가 강화되는 형태의 밸런스가 갖춰진 서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MOD 지원한다고 하더니만 오픈배틀넷은 지원 안해줄 모양새인데, 그래서 나모모랠름을 누군가가 부활시키지 않을까? 라고 기대했다가 굉장히 실망한 상태. 정식 서버를 하면 죄다 룬워드만 입고 다니고 공식처럼 아이템 세팅이 정해져버려서, 게임 하면서도 아 진짜 나모모 밸런스가 진짜 재밌었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나모모랠름을 즐겼던 누군가가 있다면… 디아블로2 나모모랠름 밸런스 패치 patch_d2.mpq를 메일로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꼭 레저렉션이 아니어도 OpenDiablo2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든 부활시켜 보겠습니다… 제발… superelf님도 만약 보신다면 제 캐릭터 데이터와 서버 패치 데이터도 보내주시길…